[르포] "태풍은 무자비했다" 폐허로 변한 해안마을…복구 걱정에 한숨만
기장 해안 도로 곳곳 파손…해안가 횟집은 장사 엄두도 못내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동해안을 할퀴고 간 태풍 하이선 물러간 지 하루가 지난 8일 피해 복구가 한창인 부산 기장군 해안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아름다웠던 해안가 마을 곳곳은 파도에 젖은 쓰레기로 뒤덮였고 해안도로 곳곳이 지진이 난 듯 파손돼 조각이 나 있었다.
기장군 동암마을과 서암마을, 월전마을 일대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에 잇따라 월파 피해를 입었다.
월파 피해는 만조까지 겹친 하이선 때 훨씬 컸다.
동암마을 테트라포드는 유실되고, 서암마을에도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인근 가게까지 들이닥쳤다.
월전마을 해안길 약 200m는 도로 곳곳이 유실되고 횟집 곳곳은 폐허로 변했다.
가건물로 쓰이던 활어센터는 지난 태풍 마이선 때 이미 뼈대만 남아 하이선을 맞이했다. 하이선이 지나간 뒤 그나마 남아있던 그 뼈대조차 사라졌다.
주민들은 태풍 하이선 때 2층까지 위협했던 월파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월파 피해로 상가 2층까지 피해를 본 김모 씨는 "태풍 때 마을 해안도로가 통제돼 집으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파도가 잠잠해지고 가게를 찾았는데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했다"고 말했다.
평소 맛집 호떡 가게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탔던 한 가게는 1층 전체가 파손됐다.
가게 업주는 "태풍 매미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본 것 같다"며 "복구가 엄두도 안 나는데 장사를 재개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월파 피해를 본 기장군 해안마을은 평소 바닷가 아름다운 성당으로 유명한 죽성성당과 횟집 등이 모여 있어 평소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대부분 가게는 문을 닫고 태풍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여행용 가방을 끈 여행객이 문을 연 가게를 찾아 전전하기도 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도 장화와 장갑을 끼고 월파 피해 지역을 돌아봤다.
오 군수는 "해안가 마을도 이제 원전 설계처럼 월파에 대비해 건축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선 피해 복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기장군은 내리 저수지와 정관 일반공업지역 도로, 정관 일반·농공단지 지붕 패널, 월전항· 드림 세트장 일대 산책로, 사유시설 재난 지원금 등에 70억원을 편성하고, 하천, 도로, 구거 공원 등 복구에 30억원을 편성할 계획이지만 완전한 복구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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